분석가 간 편차는 같은 기기와 시료를 쓰고도 결과가 갈릴 때 가장 먼저 의심할 요인이다. 이 글은 편차를 정량화하고 원인을 절차·판단·환경으로 분리한 뒤 개선까지 잇는 4단계를 제시한다. 반복성과 재현성의 구분, 통계 검정, 절차 재현 관찰이 핵심 도구가 된다.

목차
분석가 간 편차를 의심하는 상황과 정의
같은 분석기기, 같은 로트의 시료, 같은 검량선을 사용했는데 분석가 A와 B의 결과가 반복적으로 벌어진다면 기기 오작동보다 먼저 분석가 간 편차를 의심해야 한다. 여기서 편차는 단순한 한 번의 불일치가 아니라, 특정 분석가에게서 계통적으로 나타나는 방향성 있는 차이를 말한다.
ISO 5725-2는 측정 정밀도를 반복성 조건과 재현성 조건으로 나눈다. 반복성은 동일 분석자·동일 장비·짧은 시간의 조건이고, 재현성은 분석자, 장비 셋업, 시간이 달라진 조건이다. 분석가 간 편차는 바로 이 재현성 조건에서 드러나는 변동의 한 성분이다.
따라서 진단의 출발점은 관찰된 차이가 무작위 산포의 범위 안인지, 아니면 특정 분석가에게 고정된 치우침인지 구분하는 것이다. 이 구분이 서지 않으면 엉뚱한 개선 조치로 이어진다.
1단계 — 분석가 간 편차를 정량화한다
먼저 두 명 이상의 분석가에게 동일 시료(가능하면 균질한 QC 시료나 CRM)를 각각 반복 측정하게 하여 데이터를 확보한다. 분석가별 평균과 표준편차를 계산해 두면 이후 판단의 기준선이 된다.
분석가 간 편차의 크기는 각 분석가 평균의 차이로 보고, 이 차이가 각자의 반복성 산포에 비해 유의한지를 함께 본다. 평균 차이가 개별 반복성의 범위 안에 묻힌다면 편차라기보다 우연 변동일 가능성이 크다.
이때 판단 기준으로 실험실의 재현성 표준편차나 관리도 한계를 활용하면 좋다. 목표 불확도 대비 분석가 간 편차가 무시할 수준인지, 관리 대상인지를 수치로 못박아 두는 것이 이 단계의 목적이다.
2단계 — 편향인지 변동성인지 통계로 가른다
정량화한 데이터를 놓고 원인의 성격을 나눈다. 특정 분석가의 결과가 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으면 계통오차(편향)이고, 방향 없이 산포만 크면 무작위오차(변동성)에 가깝다. 이 둘은 개선 조치가 완전히 다르다.
두 분석가의 평균 차이가 유의한지는 t-검정으로, 산포 자체가 다른지는 F-검정으로 확인한다. 여기서 편향이 확인되면 절차 수행이나 계산 어딘가에 고정된 차이가 있다는 신호이고, 변동성이 크면 재현이 불안정하다는 신호다.
이 진단은 이후 단계의 방향을 결정하므로 서둘러 결론짓지 않는다. 데이터 수가 적으면 검정력이 낮아 실제 편향을 놓칠 수 있으므로, 반복 횟수를 확보한 뒤 판단하는 편이 안전하다.
3단계 — 분석가 간 편차의 실제 원인을 절차에서 찾는다
통계가 차이의 존재를 말해 준다면, 원인은 실제 작업 관찰에서 찾아야 한다. 분석가 간 편차의 흔한 뿌리는 전처리 방식, 종말점 판정, 피펫팅 습관, 희석 순서, 반올림·유효숫자 처리, 검량선 회귀 옵션 선택 같은 판단 지점의 차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두 분석가가 같은 시료를 처리하는 과정을 나란히 관찰하며 어느 단계에서 조작이 갈리는지 기록하는 것이다. ISO/IEC 17025는 결과에 영향을 주는 각 기능에 대해 교육·기량·경험 등 역량 요건을 문서화하도록 요구하는데, 관찰 결과는 이 역량 요건이 실제로 지켜지는지 점검하는 근거가 된다.
환경 요인도 배제하지 않는다. 온습도, 시약 로트, 기기 워밍업 시간처럼 분석가가 통제하지 못하는 조건이 사람 차이로 오인될 수 있으므로, 절차 관찰과 함께 조건도 대조해 원인을 좁힌다.
관련해서 편향과 변동성 구분 5단계 — 체계적·무작위 오차 진단 글도 참고할 만하다.
4단계 — 개선하고 재검증한다
원인이 특정 판단 단계로 좁혀지면 그 단계를 표준작업지침(SOP)에 명시적으로 못박는다. 모호했던 종말점, 대기 시간, 계산 규칙을 수치와 그림으로 고정하면 분석가 간 편차의 재발 여지가 줄어든다.
편향이 확인된 분석가에게는 재교육과 실습을 배정하고, 개선 후 동일 시료로 다시 측정해 편차가 관리 범위 안으로 들어왔는지 확인한다. 재검증 없이 조치만 하고 넘어가면 개선 효과를 입증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 진단·개선 이력을 기록으로 남기고, 정기적으로 분석가 간 편차를 QC 시료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둔다. 체크포인트는 네 가지다. 편차를 수치로 정량화했는가, 편향과 변동성을 갈랐는가, 절차에서 실제 원인을 찾았는가, 개선 후 재검증으로 닫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