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관리 부적합 배치는 전량 취소해야 하나 — 오류 성격·QC 보증 구간에 따른 취소·보류·재판정 기준

정도관리 부적합 배치 취소 개념 그림

정도관리 부적합이 생긴 배치라도 결과를 모두 취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부적합의 영향 범위를 평가하고, 그 평가에 근거해 처리 방향을 정하고, 근거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판단은 세 가지로 갈린다. 실패한 QC가 측정 체계 전체(교정, 바탕, 기기)를 보증하지 못하게 된 것인지 개별 측정 하나의 문제인지, 합격 QC가 앞뒤로 감싼 구간이 있어 시간 구간을 나눌 수 있는지, 오류 방향이 확정되어 판정이 바뀌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지다. 전량 취소는 증거가 부족해도 방어할 수 있는 결론이다. 반면 부분 처리는 나머지 결과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어야 성립한다. 원인을 확정하지 못하면 시스템 수준 부적합으로 취급한다.

결론: 전량 취소는 결론 중 하나일 뿐 기본값이 아니다

임상검사 분야의 규정을 보면 구조가 잘 드러난다. 미국 CLIA 규정 42 CFR 493.1282(b)(2)는 불합격 런과, 마지막 합격 런 이후의 환자 결과를 모두 평가해 악영향이 있었는지 판단하라고 한다. ISO 15189는 내부정도관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관련(relevant)' 환자 시료를 재검사하라고 표현한다. 두 규정 모두 대상이 시험·교정 실험실과 다르다. 그래도 '불합격 = 자동 전량 재검사'가 아니라 '평가 후 필요한 조치'라는 논리를 보여 준다. 요구되는 것은 평가와 결정, 그리고 그 근거다.

그렇다고 선택적 처리가 쉬운 길이라는 뜻은 아니다. 전량 취소는 증거가 부족해도 방어할 수 있는 결론이다. 부분 취소·한정 보고·수용은 '나머지 결과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어야만 성립한다. 따라서 결과를 살리려는 쪽이 입증해야 한다. 이 글의 판단 로직은 모두 이 비대칭 위에 서 있다.

첫 질문: 실패한 QC가 무엇을 보증하지 못하게 되었는가

처리 방향은 QC 실패가 '무엇이 틀렸다는 신호인가'에서 출발한다.

**시스템 수준 부적합.** 측정 체계를 공유한 모든 결과에 영향이 미칠 수 있는 경우다.
– 교정(검량선) 실패
– 연속 교정 확인(CCV) 이탈
– 방법 바탕 오염
– 표준용액·시약 lot 문제
– 기기 감도 드리프트
– 환경조건 일탈

출발점은 '영향받았을 수 있는 구간 전체'다. 여기서 범위를 줄이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개별 측정 사건.** 원인이 물리적으로 특정 측정에만 작용한 경우다.
– 특정 시료의 주입 실패
– 희석 배수 기재 오류
– 특정 바이알의 증발·오염

이때는 영향이 그 측정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한된다는 사실을 보여야 한다. 같은 시점·같은 조건의 다른 QC가 정상이었는지, 원인이 다른 시료에는 작용할 수 없었는지가 그 증거다.

**가장 흔한 탈출구를 경계한다.** 'QC 시료 자체의 조제 오류였다'는 결론이 그것이다. 미국 FDA OOS 지침(2022년 5월 개정)은 포괄적인 조사로 실험실 근본원인이 분명히 확인되기 전에는 결과를 분석 오류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 지침은 의약품 제조 시험이 대상이다. 그래도 QC 결과를 다룰 때 같은 원칙을 쓰는 것이 안전하다. QC를 다시 돌려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첫 실패를 '시료 문제'로 처리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

**원인을 확정하지 못하면 시스템 수준으로 취급한다.** 미확정 상태에서 개별 사건으로 분류하면, 그 뒤의 모든 범위 축소 판단이 근거를 잃는다.

전량 취소(또는 전량 재측정)가 맞는 경계 조건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배치 결과 전체를 취소하거나 재측정하는 쪽이 원칙이다.

1. **교정 자체가 무효다.** 검량선 실패나 표준용액 오조제가 확인된 경우다. 모든 결과가 그 교정에서 산출되었으므로 구간을 나눌 근거가 없다.
2. **QC 배치 구조가 구간 분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배치 시작에만 QC가 있고 중간·끝에 QC가 없는 경우다. 언제부터 틀어졌는지 알 수 없으므로 '앞쪽은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3. **원인이 미확정이고 오류 방향도 알 수 없다.** 정밀도가 손상된 경우, 즉 무작위 오차가 커진 경우가 대표적이다. 방향이 없으므로 '판정은 바뀌지 않는다'는 논리를 쓸 수 없다.
4. **데이터 무결성 문제가 섞였다.** 원자료 누락, 감사추적 공백, 설명 없는 수기 수정 등이다. 이 경우 영향 평가에 쓸 기록 자체를 믿을 수 없다.
5. **방법 표준·고객 계약·규제가 QC 불합격 시 배치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이때는 실험실 내부 판단보다 그 요구가 우선한다. 요구 내용은 방법과 계약마다 다르므로 해당 문서를 직접 확인한다.

선택적 처리(부분 취소·보류·한정 보고·수용)가 성립하는 경계 조건

전량 취소 조건에 해당하지 않고 아래 근거 중 하나 이상을 기록으로 보일 수 있을 때만 범위를 좁힌다.

1. **합격 QC가 앞뒤로 감싼 구간이 있다(브래킷 구조).** 앞뒤 QC가 모두 합격인 구간의 결과는 보증 근거가 유지된다. 처리 대상은 부적합 QC 직전의 합격 QC 이후 구간이다.
2. **오류 방향이 확정되었고 판정이 바뀌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바탕 오염(양의 편향)이 확인된 배치에서 불검출 또는 기준 이하로 판정된 시료가 있다고 하자. 실제값은 측정값보다 낮을 수밖에 없으므로 그 판정은 유지된다. 반대로 검출되었거나 기준 근처인 결과는 오염분이 섞였을 수 있어 처리 대상이다. 이 논리는 방향이 확정된 계통 오차에만 쓴다. 판정이 유지되더라도 정량값 자체를 보고해야 한다면 그 수치는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재측정하거나 한정 보고가 필요할 수 있다.
3. **원인이 물리적으로 특정 시료에 국한된다.** 해당 시료만 취소하고 재측정한다.
4. **독립 증거로 결과가 확인된다.** 보존 시료 일부 재측정, 중복 시료, 다른 방법의 결과가 여기에 해당한다. Westgard는 모든 시료를 일괄 재검사하는 대신 선택적 재검사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최근 시료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재검사하다가 차이가 없으면 멈추는 방식, 결정한계 근처 시료만 재검사하는 방식이다. 어떤 방식을 쓰든 근거와 함께 정책으로 문서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처리 방향 다섯 가지 비교

| 처리 방향 | 언제 선택하나 | 필요한 근거 | 남길 기록 |
|—|—|—|—|
| 전량 취소 후 재측정 | 교정 무효, 구간 분리 불가, 원인 미확정에 방향 불명, 무결성 문제 | 범위를 좁힐 근거가 없다는 판단 자체 | 취소 범위, 원자료 보존 위치, 재측정 배치 식별자 |
| 부분 취소 | 브래킷 QC로 구간이 나뉨, 원인이 특정 시료에 국한 | 유지 구간을 보증하는 합격 QC, 원인과 시료의 연결 증거 | 취소·유지 경계와 각각의 근거 |
| 보류 | 원인 조사 중이고 재측정할 시료가 남아 있음 | 보류를 결정할 권한자 지정 | 보류 개시·해제 시점, 해제 조건 |
| 한정 보고(추정값 표시) | 오류 방향을 알고 재측정이 불가함 | 편향 방향, 판정 불변 논리 | 보고서의 한정 사유 문구, 고객 합의 |
| 영향 없음으로 수용 | 부적합이 결과 산출 경로에 관여하지 않음 | 산출 경로와 무관함을 보이는 기록 | 수용 결정자와 근거 |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결과를 더 많이 살리는 선택이고, 그만큼 더 강한 근거가 필요하다. 한 배치 안에서도 시료마다 처리 방향이 다를 수 있다. 판단은 배치 단위가 아니라 시료 단위로 기록한다.

보고 전과 보고 후: 판단 로직은 같고 조치가 다르다

**보고 전.** 먼저 보류한다. 부적합 확인 직후 해당 결과의 출고를 멈추는 것이 첫 조치다. 그다음 위의 기준으로 취소·재측정·한정 보고·수용을 결정한다.

**보고 후.** 판단 로직은 같다. 다만 조치가 회수, 정정, 재발행, 고객 통지로 바뀐다.
– 판정이 바뀔 수 있는 결과는 회수·재발행 대상이다.
– 판정은 그대로지만 보고된 수치가 영향을 받은 결과는 고객 통지 여부를 따로 판단하고, 판단 근거를 남긴다.

소급 대상 기간을 어떻게 잡을지, 재검토 범위를 어떻게 좁힐지는 이 사이트의 '과거 데이터 소급 검토'와 '재검토 범위 결정' 글에서 다룬다. 이 글은 범위가 정해진 뒤 시료별 처리 방향을 고르는 기준만 다룬다.

작업 재개도 결정 대상이다. 원인 조치 후 QC가 다시 합격한 것을 누가 확인하고 재개를 승인했는지 기록한다. 결과 처리와 별도로 재발 가능성 평가도 남긴다.

재측정이 불가능하거나 비용이 과다할 때

비용은 처리 방향을 정하는 근거가 아니다. 재측정이 불가능하면 선택지에서 '재측정'이 빠질 뿐이고, 남은 선택지는 셋이다.

– **한정 보고**: 오류 방향을 알 때
– **취소 후 고객 통지**: 재시료 요청 포함
– **영향 없음으로 수용**: 근거가 있을 때만

주의할 점은 세 가지다.

– 시료가 소진되었거나 보존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판정 불변 논리를 방향이 불명확한 오차에까지 넓히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결과를 살리려고 근거를 만드는 셈이 된다.
– 일부 시료만 재측정해 전체를 판단할 때는 어떤 시료를 왜 골랐는지 정한 정책이 SOP에 미리 있어야 한다. 예: 기준 근처 시료 우선, 최근 시료부터 역순. 부적합이 생긴 뒤 시료를 고르면 선택 편향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 재측정 결과로 원래 결과를 덮어쓰지 않는다. FDA OOS 지침은 전면 조사에서도 실험실 오류나 계산 오류가 확인되지 않으면, 통과한 재시험 결과를 근거로 최초 결과를 무효화할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본다. 원래 결과와 재측정 결과를 모두 보존하고, 어느 쪽을 왜 보고했는지 기록한다. 취소는 삭제가 아니다.

가상 예시(교육용): 브래킷 CCV가 있는 배치

다음은 판단 흐름을 보이기 위한 가상(교육용) 상황이며, 실제 측정 데이터가 아니다.

**배치 순서**: 교정 → CCV-1 → 시료 1~10 → CCV-2 → 시료 11~20 → CCV-3

**상황**: 조사 결과 기기 감도 드리프트가 원인으로 추정되었고, 교정 자체에서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판단**
– 시료 11~20: CCV-2 이후 언제부터 드리프트가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으므로 처리 대상이다.
– 이 중 불검출이거나 기준 이하로 판정된 시료는 양의 편향이 확인된 경우 판정 유지가 가능하다. 다만 정량값을 보고해야 하면 재측정하거나 한정 보고한다.
– 기준 근처이거나 기준을 넘은 시료는 재측정이 우선이다. 시료가 없으면 취소하고 고객에게 통지한다.

**구조가 바뀌면 결론도 바뀐다**
– 같은 상황에서 CCV가 배치 시작에만 있었다면 시료 1~20 전체가 처리 대상이 된다.

결과를 얼마나 살릴 수 있는지는 부적합이 생긴 뒤가 아니라 배치를 설계할 때 이미 정해진다.

외부 정도관리(숙련도시험) 부적합일 때

숙련도시험 결과가 불만족이면 특정 배치가 아니라 측정 체계에 계통 오차가 있다는 신호로 본다. ISO 13528의 관행적 해석에서는 점수의 절댓값이 2를 넘으면 경고 신호, 3을 넘으면 조치 신호로 본다. 실제 판정 기준은 해당 숙련도시험 제공기관의 평가 방식을 따른다.

이 신호는 숙련도 시료를 측정한 시점 전후의 일상 배치로 이어진다. 해당 기간 배치의 내부 QC 기록을 위의 판단 로직에 다시 적용한다. 특히 내부 QC가 모두 합격이었는데 외부 결과만 불만족이라면 두 가지를 의심한다. 내부 QC가 그 계통 오차를 잡지 못하는 구조일 수 있고, 내부 QC 시료가 매트릭스나 농도 면에서 실제 시료를 대표하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내부 QC 합격'은 배치 결과를 유지할 근거로 약해진다.

결정 기록 체크리스트

처리 방향을 정한 직후 다음 항목을 한 문서에 남긴다.

– [ ] 부적합 QC 식별: 어떤 QC 시료인지, 어떤 차트에서 어떤 규칙을 위반했는지, 발견 일시
– [ ] 부적합 분류: 시스템 수준 / 개별 사건 / 미확정 중 무엇인지와 그 근거
– [ ] 원인 상태: 확정 / 추정 / 미확정과 각각의 증거
– [ ] 오류 성격: 양의 편향 / 음의 편향 / 정밀도 손상 / 불명
– [ ] 영향 구간: 마지막 합격 QC부터 부적합 QC까지, 브래킷 구조 여부
– [ ] 시료별 처리: 취소 / 보류 / 한정 보고 / 유지 중 무엇인지와 근거 한 줄
– [ ] 판정 불변 논리를 썼다면: 편향 방향과, 그 시료의 판정이 바뀌지 않는 이유
– [ ] 보고 상태: 미보고 / 보고됨. 보고됨이면 고객 통지, 회수, 재발행 여부와 일시
– [ ] 원자료 보존: 취소된 데이터의 원본 위치와 취소 사유 연결. 삭제하지 않는다
– [ ] 재측정을 했다면: 시료 선택 기준(SOP 조항)과 원래 결과·재측정 결과의 병기
– [ ] 외부 요구 확인: 방법 표준, 고객 계약, 규제에 배치 불인정 규정이 있는지
– [ ] 결정자·승인자·일시, 작업 재개 승인자
– [ ] 재발 가능성 평가와 시정조치 연결 여부

부분 처리를 결정했다면, 결과를 유지한 시료마다 '왜 영향이 없는가'를 한 줄씩 적는다. 심사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부분이 여기다. 이 줄을 쓸 수 없는 시료는 유지 대상이 아니다.

이어서 볼 글: 정도관리 부적합 해제 판정 4단계 — 연속 정상의 통계 기준

근거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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